깨진 유리창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놔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한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리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예로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두 명의 사람이 특정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면 그곳이 쓰레기통이 되어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다.
영어로는 "Broken Windows Theory"라고 명칭 하는 이 이론은 미미한 무질서를 그대로 놔뒀다간 종국엔 지역 전체로 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1969년 실험을 실시했다.
두 대의 차를 구매하여 하나는 서민 거주지에 다른 하나는 부촌에 주차해 두고 둘 다 보닛을 열어두었다.
단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서민 거주지에 주차한 차는 창문을 고의로 깨두었고, 부촌에 주차한 차에는 그러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뿐이다.
서민 거주지에 주차해 둔 차는 10분 만에 배터리가 사라지고 하루가 채 지나기 전 차 부품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반면 부촌에 주차해 둔 차는 5일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후에 이를 치우려 하자 주민들이 역으로 신고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깨진 유리창 이론은 가설이 아닌 정설로써 확인되었음이 드러났다.
당장 문제가 없어도(보닛만 열었을 때) 한 번 누군가가 어떠한 행위를 시작하면(유리가 깨진 상태) 그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 고철 덩어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제가 드러난 초기에 그 원인을 해결하고 꾸준하게 관리하라는 원리를 말한다. 계속 문제를 방치하면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한국 속담 중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이에 해당한다. 불편한 진실의 재조명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의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업의 오만은 가장 크게 깨진 유리창이다. 고객의 소리를 듣지 않는 오만함, 고객이 기업을 우러러보고 따라오기를 원하는 오만함은 불충분한 고객서비스로 이어진다.
서비스에서 문제를 발견한 고객은 기업이 경영에 무관심하며 품질과 같은 다른 부문에서도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게 되고 그 기업을 외면한다.
성공을 경험한 기업은 새로운 고객을 찾는데 많은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고객에게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한 기업이 범하는 오만함의 한 사례다.
고객들은 재빨리 이 오만함을 눈치채게 되고 결국 그 기업에서 등을 돌린다.
기업들이 최고의 성공 이후 위기를 겪게 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깨진 유리창은 바이러스와 같다. 발생 초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점차 전염되어 광범위하게 퍼져 결국은 그 기업을 쓰러뜨린다.
특히 이 바이러스는 기업의 중요 자산인 ‘사람’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직원도 사람인지라 실수하기 마련이다. 실수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는 직원이야말로 최고의 직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나아지지 않는 직원, 같은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직원은 대부분 고객에게 무관심하고 무성의하다.
이런 직원의 경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것도, 잔인해지라는 의미도 아니다. 직원들이 고객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관심하고 무성의할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깨진 유리창 직원을 방치하는 것은 다르다. 잭 웰치는 그런 방치를 ‘잘못된 친절’이라고 말한다. ‘깨진 유리창’ 직원들을 방치한다면 기업을 망하게 하는 병을 키우는 것이다.
경찰의 집회, 시위에 대한 공권력 행사에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해 볼 수도 있다.
집회·시위에 대한 공권력 행사로 조그마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 아무런 견제도 없고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더 큰 기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력 행사로 인한 아주 작은 인권침해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무시하게 되는 무정부 상태로 향하게 될 것이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없음에도 늘 차 벽이 설치되어 있는 집회 현장이 되고 광화문 일대는 늘 집회 금지구역이 되어버린다. 이는 결국 물대포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인권 침해와 탄압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견제할 힘이 사라져 커져 버린 공권력은 차 벽에 갇히고 물대포에 쓰러진 민주주의의 모습이 흡사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학교 폭력 예방이다.
학교에서 규칙을 위반하거나 괴롭힘을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내의 규범을 준수하고 문화를 개선함으로써 사전에 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두 번째, 공공장소의 청결 관리이다.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미리미리 낙서를 제거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환경 관리를 하여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세 번째, 범죄 예방 설계이다.
건물이나 공간 설계를 탄탄하게 준비해서 사전에 범죄가 발생할 확률과 빈도를 낮추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보자.
길을 걷다가 유리창이 군데군데 깨진 건물을 보면, 순식간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 ‘방치되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내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설사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 하여도 우리는 다시 깨진 유리창을 보면 부지불식간에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다.
사소한 단서에 의해 순간적으로 형성된 인식이 갖는 힘은 이처럼 강력하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수 효과, 정말로 모두를 살리는 경제 정책일까? (0) | 2025.07.25 |
---|---|
피그말리온 효과, 기대가 만드는 놀라운 현실 (0) | 2025.07.25 |
플라시보 효과 : 믿음이 만드는 기적의 과학 (0) | 2025.07.25 |
믿음이 현실을 만든다: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이란? (a.k.a 심상화 / 시각화) (0) | 2025.07.24 |
티핑 포인트: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꾸는 임계점 (1) | 2025.07.24 |